총동문회 “동의 없이 상징탑 철거했다”
한남대 “2번이나 설문조사 했는데...”

끝내 총장실 점거...새로운 국면 맞아

 

  한남대학교 총장실이 결국 점거되는 사태를 맞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총동문회는 지난 19일 저녁 ‘총장실을 점검하며...’라는 제목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총동문회는 참담한 심정으로 여러분께 글을 올립니다”로 시작된 성명서에서는 “21년 전 총동문회에서 모교에 기증한 상징탑이 동문회와 단 한마디 상의도 없이 철거 이전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며 “당시 상징탑을 건립했던 ‘상징탑 건립위원회’에서 헌신적으로 활동했던 동문들이 지금도 살아있으며, 당시 건립된 상징탑은 20여년이 흐르는 동안 한남대학의 대표적인 상징물로 자리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이어 “하지만 이러한 상징탑을 학교에서는 총동문회와 아무런 상의도 없이 임으로 철거하고, 사람들의 눈길을 받을 수 없는 운동장 쪽으로 이전하려고 공사를 진행 중”이라며 “상징탑이 철거되던 지난 8월 15일 건립당시의 동문과, 총동문회 부회장 등 몇몇 동문들이 들어와 ‘동문회의 동의 없이 상징탑이 철거되어서는 안 된다’며 강하게 항의를 하고, 동문들의 의견을 수렴 할 동안 철거를 보류해 줄 것을 요청하였지만, 학교는 이를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 8월 28일 총동문회 임원들과 상징탑 건립위원, 원로 동문들이 총장실을 내방해 상징탑 철거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를 하고 원상복구를 요구하며, 8일까지 답변을 주실 것을 요청했지만 이 의견 역시 무시했다”면서 “지난 11일에는 상징탑 이전의 당위성만을 설명한 무책임한 답변 자료를 총동문회에 보내왔을 뿐”이라고 토로했다.

 이들은 이어 11일 총동문회 회장단과 상징탑 원상복구 취진위원들이 모교를 방문해 총장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항의를 했고 이에 총장이 공사 중단을 결정했지만 다음날 총장이 입장을 바꿨고 공사는 계속 진행됐다고 밝혔다.

 그들은 마지막으로 “총동문회에서는 그동안 학내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과 비리에 대해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판단아래 침묵했다”고 전하면서도 “학내 구성원뿐만 아니라, 총동문회마저 무시하는 학교당국의 행태에 분개하며, 더 이상 침묵으로 일관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며 총장실 점거이유를 밝혔다.

한남대학교 중앙로에 설치돼 있던 '상징탑' 이 상징탑은 학교 홍보물에 자주 등장하기도 했다.

 

총동문회 학교행정 개입논란

 19일 지방일간지 J일보는 지역대학이 총동문회로 인해 골치를 썩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한남대학교 문제를 거론했다.

 J일보는 “대학 측은 ‘안전과 시야 확보` 위해 지난 8월 독수리 상징탑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분수대를 설치했지만 총문회 측은 현재 상징탑 철거 이전 과정을 놓고 반발하면서 ‘원상복구`를 주장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미 대학 측이 2005년과 공사가 시작되기 한 달 전인 지난 6월 25일 등 두 차례에 걸쳐 동문회 측에 철거 계획과 의견 수렴 등을 요구한 공문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징탑 철거를빌미로 한 동문회의 학교행정‘딴지걸기`가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또 지역대학과 관련해 충남대의 인사권에도 총동문회가 개입하고 있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어 적잖은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상징탑, 교통방해 된다더니...”

 19일 민노총 전국대학노조 한남대교직원 지부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예전에 총동문회는 노조가 투쟁을 외칠 때 사실상 ‘학교의 이미지를 실추시키지 말라’며 중재를 걸어왔다”고 말한 뒤 “하지만 지금은 교수협의회와 더불어 총동문회가 노조와 손을 잡고 공동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30년간 노조활동을 하고 있지만 이 같은 일들은 예전에 일어난 적이 없다”면서 “지역의 오랜 전통을 가진 미션스쿨이라는 명예가 실추 된지 오래”라고 말했다.

 그는 또 상징탑 철거와 관련해 “대학 측은 상징탑이 차량 소통에 불편을 주고 학교 전경을 해치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다”며 “교통이 방해되는데 그 자리에 분수대를 세울 이유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총동문회는 오전부터 오후 5시가 넘도록 총장실에서 의견조율을 폈으나 결국 입장을 좁히지 못해 ‘원상복구’를 요구하며 총장실을 점거하고 성명을 발표했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총장과의 대화에서 학교 측이 ‘분수대를 철거하고 50주년을 기념하는 상징탑을 새로이 세우겠다’며 조건을 제시했고, 총동문회는 이를 두고 고민을 한 끝에 결국 ‘원상복구’만을 고집하겠다는 결론을 냈다.

 이로써 우리 지역의 미션스쿨이며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는 한남대가 총동문회의 총장실 점거로 인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한편, 한남대 상징탑은 총동문회가 개교 30주년을 맞이했던 1986년 십시일반 기금 1억5천만 원을 모아 당시 총장의 승인을 받아 세웠으며, 현재는 대운동장 부근에 이전설치공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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