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예순 아홉 살의 미국인 의사 닐스 안테사나는 세계 최고봉(8848m)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하산하던 중 아르헨티나인 산악 가이드와 현지 셰르파 2명에게 버림받은 뒤 실종된다. 고도 8000m 이상에서 실종된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뒷날, 안테사나의 실종 사건은 에베레스트를 오른 적 없는 에베레스트 가이드가 자신의 모든 것을 속인 것에서 비롯됐음이 드러났다.

‘에베레스트의 진실’은 미국 하트퍼드 쿠런트 기자이자 산악인인 마이클 코더스가 에베레스트 등반의 실태 등을 낱낱이 파헤친 보고서다. 이상화된 에베레스트의 이면에 담긴 충격적인 사실들을 공개한다.

에베레스트 등정 역사는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20, 1921년에 연거푸 에베레스트 등정에 실패한 맥러리는 “그 산이 거기 있기 때문에”라는 말을 남기고 1924년 에베레스트 등정 중 실종된다.

1953년에야 에드먼드 힐러리와 셰르파 텐징 노르게이에 의해 초등이 이뤄졌다. 이후 스위스(1956), 중국(1960), 미국(1963), 한국(1997) 등이 등정에 성공했다.

힐러리의 에베레스트 등정 50주년을 맞은 2003년에는 264명이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다. 2004년 330명, 2006년 460명으로 점점 그 숫자가 늘어나더니 2007년에는 무려 600명이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았다.

이전까지 산악인이 된다는 것은 세상의 타락에 물들지 않은 과묵하고 이상주의적인 집단에 들어간다는 의미가 강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는 셰르파와 상업 등반대를 이용해 레저의 일종으로 산에 오르는 이들이 늘며 의미가 변질됐다.

한때는 꿈 높은 산악인들의 정복 대상이었던 에베레스트가 돈 많은 일반인을 위한 최고급 레저의 대상으로 변모하고, 야망 있는 사람들이 유명해지기 위해 이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이를 위해 조난당한 이를 모르는 척하는 경우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2004년 통신원 자격으로 에베레스트 등반에 참여하기도 했던 지은이는 “우리 팀 대원들은 모두 살아 돌아왔다. 그러나 나는 안테사나 못지않게 순진했으며 그보다 준비를 더 잘 한 것도 아니었다”며 “내가 당면한 위험의 참된 본질을 깨닫고 하산한 것은 순전한 운이었다”고 털어놓는다.

서문에 인용한 최초의 에베레스트 정복가인 힐러리가 2006년 한 말은 의미심장함을 더한다. “에베레스트 등반을 대하는 모든 사람의 태도가 끔찍한 형태로 변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그저 산에 오르고 싶어 하기만 한다.” 김훈 옮김, 496쪽, 1만6000원, 민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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