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품․폐지모아 어려운 이웃에게 희망의 불씨를 지펴온 지 8년

“아무렇게나 버려진 폐지, 빈병 하나가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데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몰라요”

지난 8일, 동구 신흥동에서 폐품을 팔아 모은 돈으로 장애인과 독거노인들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하는 등 소리 없이 희망의 불씨를 지펴온 이가 뒤늦게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대전 동구 신흥동에 거주하는 조응상(58세,사진)씨.

이렇게 조씨가 폐품을 모아 판 수익금으로 이웃사랑을 묵묵히 실천하기 시작한 것은 8년 전인 1999년부터.

그 당시만 해도 그는 건설업 일용직으로 일하면서 처와 함께 4남매를 이끌어가는 가장이었으나 목수일로 벌어들이는 수입으로는 가족들 모두 생활고에 시달려 도저히 생활이 되지 않자 그는 술이 그저 좋은 벗이라 생각하며 매일 허송세월을 보내야 했다.

어느 날 그런 그에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세상을 더욱 값지고, 반듯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인생의 대전환점을 맞이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인생은 누가 나를 도와줘 사는 게 아니다. 스스로 노력해 아름답게 가꾸며 살아가라! 그리고 이웃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며 살라”는 생전에 할아버지 말씀이 뇌리를 스친 것.

이때부터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던 조씨는 길가에 널브러져 있는 폐품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폐품이라도 주워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돕자”고 마음속으로 되뇌며 본격적으로 폐품을 모으기 시작했다.

조 씨는 새벽5시에 충북 청주에 있는 직장으로 출근해 오후 4시쯤 퇴근하는데, 이때부터 신흥동에 있는 도깨비 시장을 비롯해 동네 이곳저곳을 다니며 폐품을 모으기 시작한다.

또한 부인 이남순(55,여)씨는 대전역전시장에서 채소 장사를 하면서 시간이 날 때면 폐지를 주워 손수레 차곡차곡 쌓아두면 집에까지 운반하는 것은 조 씨의 몫.

조씨가 사는 집에 들어서면 입구부터 작은 마당까지 폐지와 고철 등의 폐품이 한 뼘의 여유조차 없이 자투리 공간까지 차지하고 있어 마치 고물상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이와 같이 편한 마음으로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을 베풀 수 있도록 도와준 숨은 주역이 있었으니 바로 자녀들이다.

99년 당시 폐품을 부인과 함께 수거해 오면 자녀들은 “집도 비좁은데 이제 그만 주워오세요”라고 자식들은 푸념 아닌 푸념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자녀들이 학교에서 집에 올 때면 빈병․폐지를 주워오는 것은 물론 자녀들의 학업성적이 우수해 장학생으로 선발되는 등 조씨에게는 가장 든든한 후원자로서 그의 지친 어깨에 새로운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 달 동안 수거되는 폐지는 2톤가량으로 8만원 정도의 수입이다. “제가 경제적인 여유가 조금이나마 있었으면 어려운 이웃들에게 조금 더 잘 해 드릴 수 있는데…” 라며 항상 아쉬움이 가슴속에 남아있다는 조 씨.

한편 지난 연말에는 조 씨가 신흥동자율방범대(대장 조창환)에게 “초소 난방비로 사용해 달라”며 준 성금을 자율방범대에서는 “이런 소중한 돈을 우리가 그냥 쓰면 안 된다”며 극구 만류하는 조씨와 함께 “관내 2개 경로당에 난방비를 지원해줬다”고 조 대장은 살짝 귀띔하기도.

조 씨는 “앞으로도 힘이 닿는데 까지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계속해서 폐품을 모아 희망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 라며 미소를 띠는 그의 모습에서 그가 꿈꾸는 세상이 성큼 다가온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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