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뽕츠낭 지역 의료봉사활동을 마치면서 - 의료현실

▲ 벧엘의집 원용철 목사
희망진료센타가 아시아의 3대 빈국 중의 하나인 캄보디아에 의료봉사활동을 시작한지도 벌써 3년째가 되었다. 매번 출발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처음 출발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충남대학교병원과 함께 출발했지만 준비과정에서는 참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의료봉사활동을 보는 시각차로 인해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함께 갈 것인지 말 것인지를 논의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고, 준비하던 실무인력이 바뀌면서 다시 논의해야 하는 과정도 있었지만 이번 봉사팀의 충남대학교병원 책임자이자 희망진료센타 소장이신 윤환중 교수께서 끝까지 잘 인내하며 조정하므로 어렵사리 출발할 수 있었다.

봉사팀 구성은 충남대학교에서 의사 2명과 간호사 1명, 약사 1명, 행정실무 1명, 희망진료센타에서 의사 1명, 간호사 1명, 행정실무 1명, 그 외 3명으로 총 12명으로 구성되었다. 5월 31일 오전 충남대학교에서 출발하기로 하고 설레는 가슴으로 약속장소에 모였지만 여러 가지 미진한 것들이 있어 출발이 지연되었다. 가까스로 준비물을 체크하고 인천공항을 향해 출발한 일행은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고 공항에 도착하여 출국 수속을 마치고는 캄보디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캄보디아 시간으로 밤 10시경에 도착하여 입국 수속을 하는데 문제는 짐이었다. 요즘 세계경제위기로 관광객이 줄면서 박스 짐을 가지고 입국하는 외국인들에게는 여지없이 짐을 검색하며 돈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또한 입국심사 때 제출할 사진을 일행의 대부분이 준비하지 않아 입국 수수료가 개인당 20불이었지만 5불을 더 얹어 주면서 입국심사를 마쳤다. 이제 세관만 통과하면 되는데... 다시 세관원이 짐을 검사하겠다고 카트를 빼앗아 끌고 간다.

우리나라 공항처럼 세관의 기준에 따라 신고 되지 않은 물품이 있는지를 검사하는 것이 아니라 뇌물을 요구하기 위한 것을 알기에 얼마를 주어야 하는지를 머릿속으로 계산하고 있는데 우리 일행을 마중 나온 여행사 직원이 봉사활동을 하러 온 것이라고 하면서 한참을 이야기 하더니 끝내는 그냥 통과시켜 주는 것이 아닌가?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한국 대사관의 요청으로 의료봉사활동을 왔다고 해서 통과된 것이란다. 우여곡절 끝에 프놈펜 호텔에 도착은 우리는 여장 풀고 내일부터 있을 봉사활동을 위해 프놈펜에서 첫날밤을 보냈다.

▲ 진료할동을 시작한 의료 봉사단뒤로 주민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이번 캄보디아 방문이 4번째이다. 처음 방문할 당시만 해도 프놈펜의 밤하늘은 회색도시처럼 희미한 불빛만이 간혹 보이던 것이 매년 방문할 때마다 도시가 밝아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전기 사정이 좋지 않은 캄보디아에서 도시가 밝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성장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도시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신호등도 눈에 띄게 많아지고, 거리에 차량도 많아졌고, 도시 곳곳에 현대식 고층빌딩 건축현장이 많아졌다. 프놈펜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우리나라 기업인 LG 건설이 건축 중에 있다고 한다.

아시아의 빈국 중의 하나인 캄보디아는 지난 25년간의 내전과 대량학살 등으로 현재도 그 후유증을 앓고 있다. 부패한 권력과 근시안적인 경제정책(신자유주의 표방) 등으로 85%에 달하는 일반 국민 대부분이 복지혜택을 누리지 못한 채 빈곤에 허덕이고 있고, 청소년 중 97%가 영양실조로 고생하고 있으며, 성인들의 기대 수명도 56.5세에 불과하다.

말라리아, 뎅기열, 장티푸스와 같은 전염성 질환이 많으며, 병에 걸려도 질병의 원인을 빈곤의 탓으로 돌리는 참혹한 의료 현실 속에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일부 권력층에 한정되어 있다.

캄보디아 일반 국민의 삶은 우리나라의 60~70년대 상황과 비교하면 쉽게 이해 할 수 있다. 국가의 기간사업(전기/수도/통신 등)중 제대로 정비되어 있는 것이 하나도 없어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며(아시아 국가 중 가장 비싼 전기료를 자랑한다.

프놈펜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은 전기가 없다) 79년 킬링필드 이 후 훈센총리의 독재로 정치/사회는 제자리걸음 중이며, 경제 분야의 경우 신자유주의 정책을 받아들여 경제의 대부분을 외국 자본에 개방한 상황이고 이마저도 프놈펜 중심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져 프놈펜 중심의 도시국가 형태로 변화하고 있어 그 외의 지역은 철저히 소외되고 낙후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프놈펜 내에서도 양극화의 정도는 상당하다. 1%의 절대 권력과 그에 기생하는 10%의 권력층 이외의 사람은 절대 빈곤층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이는 사회/경제/문화/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반 국민의 삶은 너무나 힘들고 힘들다.

일반적으로 절대빈곤에 놓여있는 사람들에게 ‘삶의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생존’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사는 게 중요하지 이들에게 삶의 질이나 건강한 삶에 대한 고민은 너무나 사치스러운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물론 삶의 질을 외형적인 모습만을 놓고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들의 건강 문제만을 놓고 봤을 때 문제는 심각하다.

▲ 원시적으로 우물을 파는 캄보디아 주민(좌)과 기증한 사람을 알수있게 해놓은 펌프(우)
이들의 대부분은 오염된 환경(청결의 개념부족)에서 생활을 하고, 정수되지 않은 물을 마시므로 피부병이나 감염질환, 수인성 질환에 감염된 사람이 많다. 또한 하루에 두 끼 이상의 식사를 할 수 없기에 영양상태가 좋지 못하여 대부분 면역력의 약화로 폐결핵과 같은 질병이 많다. 여성들은 평균 6명의 아이를 출산한다고 하는데 많은 출산과 고된 노동, 생활고 등으로 대부분 만성 위장병과 정신과적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 하면 갈 곳이 없다. 어느 정도의 의료 체계는 구축되어 있음에도 사회적/정치적/경제적 환경으로 있으나 마나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번 진료 봉사 지역이었던 캄퐁츠낭이라는 곳을 살펴보면, 캄퐁츠낭은 우리나라 도청소재지 정도의 도시인데 1곳의 도립병원과 50여개의 헬스센터(보건소)가 있다고 한다. 도립병원의 경우 일반인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입원할 수 있다고 하니 외형적으로 본다면 의료상황이 절대적으로 나쁘다고 이야기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참으로 아이러니 한 사실은 입원은 할 수 있지만 치료는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입원을 하면 반드시 발생하게 되는 여러 가지 검사들이 있는데(가령 혈액검사, X-촬영 등) 그러한 검사를 할 때마다 따로 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오대성 선생님(캄보디아도립병원 소아과전문의, 코이카 파견)의 말을 인용하면 하루 생활비가 1$ 이하인 일반 국민! 들에게 4~5$ 이 넘는 X-선 검사는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6년간 프놈펜에서 무료진료소 헤브론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우정(소아과전문의. 병원장) 선생님은 “죽을 만큼 아프지 않으면 병원에 절대 가지 않는다.”고 단정적으로 캄보디아 현실을 말하기도 한다.

일반 국민들이 병원에 접근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는 이야기다. 이러한 상황은 도립병원뿐만이 아니라 헬스센터도 마찬가지다. 진료에 관한 대부분의 이용료가 유료로 책정되어 있어 일반인들의 접근이 어렵고, 낮은 인건비(의사 월급 월300$)로 인해 대부분의 의사가 12시가 되면 퇴근하여 자신의 Private Hospital로 간다고 하니 보건소의 기능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의료 인력의 문제(질적문제), 의약품 문제, 의료수가의 문제 등 광범위하고 복합적인 문제들이 산재되어 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어 일반 국민들에 대한 의료서비스를 해외 NGO단체에게 의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 헤브론병원 김우정 원장
헤브론 병원장인 김우정 선생님의 말에 의하면 우리가 진료활동을 한 캄퐁츠낭이 프놈펜에서 약 2시간 정도 떨어진 곳인데 이곳에서 헤브론 병원까지 왕복 교통비가 약 10$ 정도 소요되는데 이 돈은 캄보디아에서는 큰돈이어서 멀리서 오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빚을 얻어 병원에 온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정작 그곳에서 치료할 수 없는 질병인 경우는 큰돈을 들여 자신이 앓고 있는 병명만을 확인하고 돌아서야 한다는 것이다.

캄보디아에는 해외 NGO 단체에서 운영하는 병원들이 많다. 심지어 우리나라 서울대학병원과 같은 국립병원이라고 하는 Sihanouk Hospital의 경우도 러시아에서 지원해준 병원이며, 이와 비슷한 규모의 병원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프랑스에서 지원한 병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병원들은 해외 NGO단체에서 운영하는 병원들이다. 우리가 방문한 캄퐁츠낭 도립병원도 한국의 국제협력단(Koica)와 일본, unicef에서 지원하고 있는 병원이다. 제2도시인 앙코르왓이 있는 시엠립에 있는 아동전문병원도 해외NGO에서 운영하는 병원이며 미국의 영화배우인 안젤리나 줄리가 세운 병원도 꽤 유명한 병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대부분의 최신 의료시설을 갖춘 병원들은 해외 원조단체에서 운영하는 병원들인데 대부분 프놈펜이나 시엠립에 있으므로 지방에 사는 일반 국민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이다. 또한 아동전문병원의 경우는 환자가 너무 많아 입원을 기다리는 대기환자가 입원환자보다 많다는 얘기도 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캄보디아의 의료 현실은 너무도 열악하다. 오염된 식수, 열악한 영양상태, AIDS 문제, 열악한 의료 인프라 등등 총체적인 문제로 인해 국민의 건강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건강을 잃으면 모두를 잃는 것이다“라는 말처럼 캄보디아 국민에게 건강은 모든 것을 빼앗아가는 주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절망의 땅에 우리의 노력이 한 줄기 희망이 되어 좋은 결실이 맺어졌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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