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선영 원장

시인, 칼럼니스트
부부상담·가족상담 전문가
한국시문학예술치료연구소 대표
가정행복만들기 전문 강사
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www.kclatc.com) 원장

“저의 아버지는 알콜 중독자셨지요. 술을 마시고 들어오면 제 앞에서 엄마를 때리고, 발로 차고, 쇠몽둥이로 닥치는 대로 때렸어요. 엄마가 피 흘리면서 쓰러지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무서워서 벌벌 떨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집을 나가버리셨죠. 엄마가 떠나자, 아버지는 저를 때리기 시작했어요. 목을 묶어놓고 가죽허리띠로 심하게 매질을 일삼았어요. 아버지도 아니었죠.....발가벗은 채 대문 밖으로 쫓겨난 적도 있어요.....저는 그때 죽고 싶었죠. 아니 아버지를 죽여버리고 싶었죠....”

상담실에 앉아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털어놓은 한 청년의 이야기는 가슴이 아리도록 아프고 무서운 내용이었습니다. 스무 살이 훨씬 넘은 현재, 이 남성의 이마고는 여지없이 부수어졌고 영혼은 처참하게 일그러졌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적개심과 분노는 끊임없이 일어났지만 그것을 억누르고 살면서, 동시에 무력감 속에 생의 목표도 잃어 버렸고 마침내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 ‘나는 맞아야만 되는 하찮은 존재’라고 생각하는 형편없는 이마고(이미지)가 마음 속 깊이 형성되어 버렸습니다.

그는 무엇으로도 내면의 텅 빈 공허함과 우울함을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대인관계도 어려워서 직장에 취직해도 오래 견디지를 못했습니다. 이성교제도 쉽지 않았고 마침내 대인기피증까지 생겼습니다. 점점 우울증이 깊어갔고, 사회와 타인에 대한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생겼습니다. 그러한 분노는 자칫 타인을 살해하는 죄악으로 이어지거나, 아니면 자기 내부로 들어가 자살로 이어지는 끔찍한 결과를 낳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 분노가 점점 거세어지자 자살 충동이 계속 되었고,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뛰어내리려고 시도했었고, 수면제를 조금씩 사서 모으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토록 무너진 이마고로 온전하게 살아갈 수는 없었습니다. 이 청년은 굳은 결심을 하고 상담치료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쉽지 않은 결단이었습니다. 그는 성실하게 상담치료에 임했고, 매일 치유일기를 쓰면서 회복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병든 이마고는 조금씩 고쳐지기 시작했고, 자신도 존중받아 마땅한 한 인간임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이마고(Imago)는 라틴어로써 ‘이미지’라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받아온 상처와 적절하지 못한 반영을 통해서 왜곡된 이마고, 즉 잘못된 자기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학대와 방임과 상처를 경험하게 되면 우리는 일그러지고 잘못된 이마고를 갖게 되고 평생에 걸쳐 수치심과 죄책감을 느끼게 됩니다. 아울러 결혼 이후에는 자신의 자녀들에게까지 건강하지 못한 이마고를 전달하게 됩니다. 그래서 짜증과 분노가 많은 아빠나 엄마를 가진 자녀들이 똑같이 짜증과 분노가 많은 것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이마고를 치유하지 않으면 대를 이어 불행이 전수됩니다.

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이 소녀는 부모로부터 단 한 번도 긍정적인 지지를 받지 못했습니다. 무엇을 해도 부모의 마음에 들지 않았고, 늘 핀잔과 부정적인 반영 속에서 점점 위축되어 갔습니다.
“넌 정말 어쩔 수 없는 애야.”
“어휴, 기집애가 그렇게밖에 못하니?”
“여자애가 그렇게 칠칠맞다니. 어따 써 먹니?”
“넌 어쩌면 그렇게 잘 하는 게 하나도 없니?”

수많은 부정적 반영은 부정적 이마고로 단단히 만들어져 갔습니다. 이 소녀의 마음 속에는 항상 슬픔과 원망이 가득했습니다.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처음엔 생각했지만 감히 부모의 권위에 한마디도 대항하지 못하고 수긍해가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는 정말 자신이 그런 애라고 확신해 버렸습니다.
“그래, 난 어쩔 수 없는 애야.”
“난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
“나는 아무 것도 못 할거야. 난 아주 무능한 인간이야.....”

이 소녀는 자신을 저주받은 존재로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슬프고 우울한 삶을 고스란히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말았습니다. 모든 부정적 생각들은 이 소녀의 영혼에 깊이 파고들어 잘못된 이마고를 여과없이 받아들이게 했습니다. 절망과 끝도 없는 슬픔과 타인에 대한 분노만 치밀어 올랐고 주위의 사람조차 힘들게 했습니다.

이 소녀도 오랜 상담치료를 통하여 자신의 이마고를 변화시켰고, 건강한 한 여성으로서 한 남자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이제 자기자신의 잘못 형성된 이마고를 치료해야 합니다. 이마고의 변화는 행복한 자신을 만들고 행복한 가정을 만듭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얼마나 병들어 있는지, 왜 이렇게 분노가 많은지, 왜 시시때때로 불안이 올라오는지, 왜 슬픔이 내면에 자욱한지 알지 못합니다. 이것은 이마고가 병들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치유받으면 기쁨과 소망과 사랑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행복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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