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영 원장

프로필
백석대학교 기독교전문대학원 상담학 박사 수료
이화여대 신학대학원 석사 (Th.M) 목회상담전공
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원장
시문학예술치료연구소 소장
문학치료사, 시치료사
성폭력, 가정폭력 상담사
인성지도사
MBTI 일반강사
에니어그램 강사
Prepare/Enrich(결혼전 상담) 강사
청소년 문화 특강 강사
부부행복만들기 강사


음주 운전자의 차에 치어 경상을 입은 초등학생을 공기총으로 살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약간 다쳐서 혼자서 걸어 다닐 수도 있었는데, 그 아이를 끌고 가 기어이 죽여서 계곡에 유기한 그 끔찍한 사건 때문에 며칠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이유는 단지 음주 무면허 운전이었던 것을 들킬까봐, 다시는 면허를 따지 못해 생계에 지장을 줄까봐, 그 처참한 일을 벌였다고 합니다.

 

 

차에 탄 채 끌려가면서 공포를 느꼈을 그 아이,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을까요. 총을 쏘려고 할 때 분명히 살려달라고 외쳤을텐데, 짐승같은 범인은 그 불쌍한 아이를 개의치 않고 총을 쏘았겠지요. 그런 장면들이 머릿속에 선명히 그려지면서 밥을 먹을 수도 없었습니다. 나와 직접적으로 결부된 사건도 아닌데, 가슴이 미어지도록 아파서,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면 할수록 너무 또렷하게 장면 장면들이그려지면서 더욱 심장이 아리는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왜 이렇게 미치도록 마음이 아픈가, 내 안의 무슨 역동이 이 사건 앞에서 먹을 수도 잘 수도 없게 만드는 것일까, 그저 한 인간으로서, 혹은 한 엄마로서 안타까워하거나 조금 슬퍼할 수는 있지만 이렇게 가슴이 쓰라릴 정도로 아프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너무 마음이 아파 눈물을 흘리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가 문득 깨닫게 되었습니다.

 

 

첫째는 그 아이 엄마와 나 자신을 동일시했거나 감정이입을 했던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터넷에 뜬 그 아이를 보니 우리아이와 많이 닮아있었고 나이도 비슷했습니다. 그래서 마치 우리 아이가 그런 일을 당한 것 같은 느낌이 이렇게 힘들게 만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 엄마의 찢어지는 마음을 생각하면 이 땅의 한 엄마로서 깊이 공감하며 같은 심정으로
 

 

둘째는 욕이 나올 만큼의 역거움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 잔인한 한 인간에 대한 혐오와 증오심이 불일 듯 일어났습니다. 그는 아이도 없는지, 그의 정신 상태가 온전한 지, 아이를 유괴해서 죽인 놈보다 더 나쁜 놈이라는 과격한 생각이 밀려왔습니다. 그가 내 앞에 있다면 그 아이대신 복수하고 싶을 만큼의 이런 분노가 제 마음 한 켠을 더욱 짓눌렀던 것 같습니다.

 

 

셋째는 나의 상처를 건드리는 인간 존재의 가벼움에 대한 자각이었습니다. 중상을 입어 정신이 없는 상태가 아닌 그 조그만 아이는 멀쩡한 정신으로 차에 태워진 채 인가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끌려가면서 극심한 공포와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것 같은 절망을 느꼈을 것입니다. 아무도 자신을 도와줄 수 없는 그 상황에서 자신의 무력함을 보았을 것입니다. 아니, 이 모든 것은 단지 나의 추측일 뿐,
 

 

인간의 존재를 가볍게 만들어 버리고, 처참하게 짓밟아 버린 이 사건 속에서 무수히 많은 상처입은 사람들이 생각났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행위가 타인에게 어떤 상처를 주는 지도 모른 채 수많은 언어와 행동으로 타인을 찌르고 있습니다. 그 상처가 마침내 한 아이를 죽이는 사건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인간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고서는 이런 짓을 저지를 수 없습니다. 인간은 존귀하게 창조되었
 

 

그러나 무지함과 잔인성이 오랫동안 길러져 자기중심적이 된 인간은 내 옆의 한 사람이 천하보다 귀한 존재라고 자각하지 못합니다. 그 끔찍한 살인자도 예전엔 상처입은 피해자였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그의 선택은 용서하기 힘든 결과를 낳고 말았습니다.

 

 

아직도 공포에 질려 울면서 살려달라고 매달리는 그 아이의 이미지가 떠올라 마음이 부서져 내립니다. 그 이미지는 나의 상담실에서도 매일 일어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더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 그렇게 매달린 적이 있었던 것 같은 아련한 아픔이 오래 전 기억 속에서 되살아나기도 합니다. 아, 언제쯤이면 이런 악독과 슬픔이 다 사라질 수 있을까요?

 

 

 

강선영 원장 [www.kclat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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