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가장 교도소 가기 위해 은행강도

고단한 서민들의 삶이 극한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두 딸을 키우며 생활고에 시달리던 40대 가장이 삶의 안식처로 교도소를 택했기 때문이다.

 

 그가 은행을 털기로 마음먹은 것은 돈이 아니라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서 지금보다 질 높은(?) 삶을 살기 위한 것으로 평범한 가장을 막다른 선택으로 내몬 모진 삶에 수갑을 채우던 경찰마저 말문이 닫혔다.

 

 대전 중부경찰서는 12일 은행에 들어가 흉기로 여직원을 위협한 A씨(49)를 특수강도미수 혐의로 구속했다.

 A씨는 지난 8일 오전 10시10분께 대전시 중구 유천동 H은행에 들어가 창구에 있던 여직원을 흉기로 위협,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하다 청원경찰에 붙잡힌 혐의다.

 

 A씨는 별다른 저항없이 현장에서 검거됐으며 경찰에 연행된 뒤 범행동기에 대해 "그저 교도소에 가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이날 오전 H은행 근처 슈퍼에서 소주를 사서 마신 A씨는 독한 마음을 먹고 은행에 들어가 번호표를 뽑고 기다렸다.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다 잠시 잠든 사이 번호를 부르는 여직원의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A씨는 창구에 다가가 여직원에게 흉기를 보여주며 소리를 지르다 청원경찰에 제압됐다.

 

 경찰서로 연행된 A씨는 "며칠째 굶은 거 같다, 교도소 생활이 지금보다 편할 거 같아 이 길을 택했다"고 진술했다.

 

 대리운전으로 하루 하루를 이어가던 A씨가 범행을 택하게 된 것은 수년째 이어지는 생활고와 최근 들어 악화된 지병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10여년전 건설회사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살려 어렵게 세웠던 업체가 부도가 난 뒤 A씨에게 남겨진 것은 빚과 학생인 두 딸을 부양해야하는 생활의 무게가 더해 지면서 A 씨가 극한 상황을 선택할수 밖에 없었던 배경이 됐다.

 

사업 실패후 생활고에서 벗어나기 위해 A씨는 대리운전를 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지병 때문에 이 마저도 운전대를 놔야 한것이 이번 범행에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A씨는 경찰에서 "사람을 해치거나 돈을 빼앗으려는 것이 아니였다"며 "교도소는 규칙적으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을 것 아니냐"라고 말해 담당 형사들의 마음을 더욱 아리게 했다.

 

 경찰은 A씨의 범행에 대해 수년째 지속된 생활고와 지병으로 인한 육체적 고통 등이 복합적으로 섞여 표출된 '한 가장의 고단한 삶이 만든 생활형 범죄'로 해석하고 있다.

 

 대전 중부서 박종민 경감은 "번호표를 뽑고 술에 취해 잠을 자는 등 정황으로 볼 때 범행의 결과에 대한 목적달성의 의도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는 구속이 된 상태지만 남겨진 두 딸의 미래를 위해서도 복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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