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자원봉사자 보은행사’ 기상악화로 취소

사진= ⓒ전지협 한기섭 기자
행사투입 예산 5억여원 눈처럼 사라져

<제휴사 = 전지협/한기섭 기자>태안군 만리포해수욕장에서 개최하려던 ‘서해안 유류사고 자원봉사자 보은행사’ 가 폭설로 인해 취소되면서 태안군유류피해대책위연합회는 “주민들의 생계대책은 뒤로 한 채 형식적인 ‘청정’선언을 위해서만 돈을 쓰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당초 이날 만리포행사는 한승수 국무총리와 이완구 충남도지사, 지역주민과 방제작업에 참여한 자원봉사자 등 1만여명이 참석해 열릴 예정이었으나 폭설로 인해 취소됐다. 이와 함께 행사를 위해 투입된 총예산 5억여원이 눈처럼 사라졌다.

이번 행사는 유류유출사고 발생 1주년을 맞아 시커먼 기름으로 뒤덮였던 해안과 검은 파도가 일렁이던 바다에 제 모습을 되찾게 해주고 기적을 일궈낸 120만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보은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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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만리포에서는 눈이 내리고 강풍이 몰아쳐 ‘자원봉사자 보은행사’의 공식 행사는 취소됐지만 일부에서는 루미나리에 점등과 먹거리 행사 등을 진행했으나 악천후 때문인지 인적 없는 행사장은 더욱 썰렁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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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날 문예회관에서는 ‘태안의 기적’을 이뤄낸 123만 자원봉사자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제3회 전국자원봉사자대회’가 열렸다.

이날 대회는 한승수 국무총리와 이완구 충남지사, 진태구 태안군수, 이강현 세계자원봉사협회장 등 자원봉사자 700여명이 참석했으며 기름유출사고 사진전과 자원봉사자단체 포상, 충남관현악단 공연, 태안사고 동영상 등으로 꾸며졌다.

한 총리는 축사를 통해 “기름유출 사고 후 그 어디서도 희망을 찾을 수 없었던 순간에 시작된 130만 자원봉사자들의 위대한 행렬이 세계 자원봉사 역사에 기리 남을 ‘서해안의 기적’을 이뤄냈다.”면서 “이를 대한민국 선진화의 터전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또 “최근의 경제위기야말로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 극복해가려는 국민통합이 가장 필요한 시점”이라며 “거친 바다에서 온몸으로 확인한 국민통합이 이뤄진다면 경제위기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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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하늘 가리지 말라” 경고

한편, 태안군유류피해대책위연합회는 행사장 밖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해안 유류사고 자원봉사자 감사행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대책위는 “자원봉사의 기적이라는 이름의 행사마저도 1년전 사고의 주범인 삼성가의 CJ미디어 주관으로 치러지는 것은 피해주민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며 “삼성은 피해자 앞에 사죄하고 배상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칼바람을 맞으며 ‘검은 재앙’의 땅에서 ‘하얀 기적’을 일궈낸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을 잊을 수가 없다”고 감사를 표하면서 “다만 끝이 언제쯤일지 모르는 피해배상과 깊이가 어디쯤일지 모르는 환경재앙을 덮어버리며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으로 귀결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충청남도와 정부는 피해지역의 주민들의 생계대책은 뒤로 한 채 형식적인 ‘청정’선언을 위해서만 돈을 쓰고 있다”며 “오늘의 행사를 위해 퍼부은 5억만해도 피해주민들이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들은 더불어 “1년전 아무런 조건 없이 자원봉사를 오셨던 분들은 지금 문예회관 행사에 초대받지 못했다”면서 “700명을 모아 놓고 ‘보은’을 이야기하는 충청남도와 정부는 ‘손으로 하늘을 가리지 말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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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3분의1 이상 우울증, 강박장애, 불안장애 시달려

문성호 대외협력위원장은 “겉만 보면 국내 최대 원유유출 사고의 흔적은 이제 사라진 듯하다. 그러나 실상은 그게 아니다. 바다를 삶의 텃밭으로 여기며 살아온 현지 주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며 “3분의1 이상의 주민이 생계유지가 막막해져 우울증, 강박장애, 불안장애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태안 주민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피해보상금은 몇 년이 지나야 나올지 얼마나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으로 지난달 말까지 국토해양부가 집계한 피해 신고는 모두 10만 307건으로 이 가운데 6만 9772건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으나 국제유류오염보상기구(IOPC)의 보상이 이뤄진 것은 고작 54건에 불과 1%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문 위원장은 “우리는 정부가 피해 주민들에 대한 피해보상과 생계지원책 마련에 적극적 자세로 나설 것을 촉구한다.”며 “보상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고통은 커지기 때문에 IOPC의 피해보상 결정이나 삼성중공업에 대한 민사법원의 책임인정을 기다리며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될 일” 이라고 강조했다.

문 위원장은 또 “피해대책위가 조사한 것을 바탕으로 정부가 피해보상금을 선 지급한 뒤 IOPC나 삼성중공업에 구상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라면서 “환경이 회복되고는 있지만 부패한 기름찌꺼기로 인한 오염문제는 여전히 심각한 만큼 환경복원 대책을 마련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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