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소영 한국커피문화협회 사무처장 ] 우리는 흔히 오스트리아의 수도인 빈에 가면 ‘비엔나커피’를 마셔보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실제로 빈에 있는 수많은 카페에 들어가서 메뉴판을 보면 하나같이 비엔나커피라는 메뉴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다. 대신 오스트리아에는 우리가 비엔나커피로 알고 있는 아인슈페너(Einspanner)가 있다. 아인슈페너는 요즘에 우리나라의 카페들에서 많이 판매되는 커피음료인데 주로 에스프레소에 물을 넣고 크림을 얹어 만드는 음료이다. 그런데 아인슈페너가 처음 탄생했을 당시에는 커피머신이 발명되기 이전이었기 때문에 오늘날과는 다른 방식으로 추출한 커피로 판매했을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아인슈페너라는 이름은 ‘한 마리 말이 끄는 마차’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마차가 주된 교통수단이었던 당대에 커피하우스에서 커피를 마실 시간이 없었던 마부들이 마차 위에서 한손에는 말의 고삐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설탕과 생크림을 듬뿍 넣은 커피를 들고 마시게 된 것이 시초였다고 한다. 이때 커피에 생크림을 올려서 판매하였는데, 생크림은 커피가 빨리 식는 것을 막아주는 보온의 역할을 해주었고, 식사를 제때 챙기기 어려웠던 마부들에게 든든한 요기가 되어주었다. 커피에 생크림을 올려서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 바리스타의 아이디어인지 마부의 아이디어인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형태의 음료를 탄생시켰다는 점에서 대단한 아이디어였다고 칭찬하고 싶다.

아인슈페너는 콜쉬츠키가 오스트리아의 빈에 커피하우스를 처음 열었을 당시부터 판매된 음료는 아니었다. 하인리히 에두아르드 야콥(Heinrich Eduard Jacob:1889~1967)이 쓴 커피의 역사(Coffee, The Epic of a Commodity)라는 책을 살펴보면 초기에 콜쉬츠키의 커피하우스에서 판매했던 커피는 터키식 커피였다. 당시에 사람들이 마시던 터키식 커피는 이브릭에 커피가루와 물을 넣고 그대로 끓여서 추출하는 원초적인 추출방식이었다. 게다가 커피가루를 바닥에 가라앉게 하고 위에 남은 커피추출액을 그대로 잔에 따라서 마셨기 때문에 커피의 맛이 너무 진하고 입안에 잔여물이 남는다고 하여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지 못했다.

그리하여 고심하던 콜쉬츠키가 커피를 끓여 여과시키고 거기에 꿀과 우유를 넣어 새로운 음료를 탄생시켰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에 콜쉬츠키가 만들어낸 음료는 생크림이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아인슈페너가 아닌 지금의 카페라떼와 비슷한 음료였다. 시간이 흐르고 마부들이 등장하면서 우리가 비엔나커피로 알고 있는 아인슈페너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커피에 다른 재료를 결합하여 새로운 메뉴를 만들어내었다는 점에서 콜쉬츠키는 오스트리아의 커피음료 발전에 큰 역할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커피의 발명으로 큰 인기를 얻게 된 콜쉬츠키는 디저트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였다. 콜쉬츠키는 한 제과기술자의 빵집에서 킵펠(kipfel)이라는 크로와상(croissant)과 비슷한 형태의 롤빵을 가져다 판매하였다. 이 빵은 비엔나 군이 터키 군을 물리친 것을 기념하여 초승달 형태(터키 국기)의 빵을 만든 것이었다. 크로와상은 프랑스어로 ‘점점 커진다, 자라난다’라는 뜻이다. 프랑스인들은 초승달이 점점 커지기 때문에 초승달도 크로와상이라고 부르곤 했다. 여담이지만 오늘날까지도 프랑스인들은 크로와상과 비슷하게 생긴 빵을 ‘비엔나 식빵’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아마도 비엔나를 대표하는 빵이라는 의미로 부르게 된 것 같다.

“비엔나커피부터 비엔나식빵까지” 저마다 고유의 이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비엔나’라는 수식어로 통하는 커피와 디저트, 오늘날까지 전해 내려오는 이러한 수식어는 비엔나의 카페 문화가 전 전 세계인들에게 현대까지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든든한 아인슈페너와 담백한 크로와상과 함께 월요일 아침을 맞이한다면 아주 잠깐이라도 월요병에서 벗어나 행복한 일상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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