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소영 한국커피문화협회 사무처장 ]  ‘Coffee’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에스프레소의 본 고장인 이탈리아의 커피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 커피는 유럽에서 이탈리아 못지않게 유명하다. ‘카페(Cafe)’라는 단어는 커피를 의미하는 프랑스어이다. 프랑스인에게 카페는 곧 커피이다. 카페가 생긴 뒤 하나의 음료로서 커피를 판매한 것이 아니라, 커피가 있는 곳 그 자체의 공간이 카페가 된 것이다.

프랑스에는 대도시든 시골이든 사람이 살고 지나다니는 곳이라면 크거나 작은 규모, 각양각색의 인테리어 및 분위기로 무장한 카페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 중 ‘서민들의 카페’로 불리는 노천카페는 프랑스인들의 낭만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노천카페는 테이블과 의자가 해변이나 거리를 향해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특색이 있다. 이 곳에서는 5유로만 지불하면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하루 종일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혼자 사색에 빠지거나 신문이나 책 등을 읽을 수 있다. 또 거리의 악사들이 연주하는 음악을 들을 수도 있다. 이러한 공간은 프랑스인들의 낭만적인 성격을 잘 드러내는 프랑스만의 카페문화라고 볼 수 있다.

프랑스인들이 예로부터 카페나 가정에서 즐기는 커피는 단연 ‘카페오레(cafe' au lait)’라고 할 수 있다. 드립커피에 따뜻하게 데운 우유를 1:1로 섞어 즐기는 카페오레는 처음에는 커피음료가 아닌 의료용으로 고안된 커피이다. 1685년 알프스의 한 마을인 그르노블에서 의사로 일하던 시외르 모낭이라는 의사가 아침부터 빈속에 진한 커피를 즐겨 마시는 프랑스인들이 위염에 시달리자 위산분비를 막기 위해 환자들에게 커피에 우유를 섞어 마시도록 유도한 것이다.

오늘날에도 프랑스인들은 아침식사로 카페오레를 대접에 담아 크루아상과 함께 즐겨 마신다. 때로는 바게트를 적셔서 먹기도 한다. 프랑스인에게 카페오레를 담는 사발은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온 가족이 자신의 전용 사발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만년필에 상대방의 이름을 적어 선물하는 것처럼 받는 사람의 이름을 새긴 카페오레 사발을 선물한다고 한다. 카페오레 전용 사발이 있을 만큼 커피가 일상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나 개인 카페에서 순수 커피음료가 메뉴판을 차지하는 비율은 약 20-30% 내외인 것 같다. 메뉴판의 나머지는 메뉴의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나 커피를 좋아하지만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들, 커피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파우더나 소스, 크림을 첨가하는 라떼, 과일 등을 첨가하는 주스나 에이드, 스무디, 혹은 수제차, 허브차 등으로 채워져 있다. 카페라고 하더라도 커피가 100% 주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음료나 디저트 류가 대세를 이루는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인들이 생각하는 카페는 우리나라 카페문화와는 약간 다른 측면이 있는 것 같다. 프랑스인에게 카페란 ‘순수한 커피를 즐기는 공간’이라는 그 자체에 큰 의미를 두는 것 같다. 그래서 커피를 의미하는 단어를 그대로 ‘카페’라는 단어로 사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앞으로는 사적으로나 업무적으로 약속을 할 때 “카페에서 만납시다.”라는 일상적인 표현보다는 “커피 만나러(?) 갑시다.”라는 조금은 엉뚱하지만 낭만적이고 색다른 표현을 해보면 어떨까. 아마도 커피를 즐기는 본연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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