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풀 무성하고 위치찾기도 어려워... '대전방문의 해' 헛구호 우려

대전 대덕구 용호동 구석기 유적지 전경. 잡풀로 인해 불뗀자리 등 구석기 시대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방치돼 있는 상황으로, 서구 만년동 선사유적지와 대조를 보이고 있다.

[ 시티저널 성희제 기자 ] 대전시가 구석기 유적지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고개를 들고 있다.

‘대전방문의 해’임에도 불구하고 시가 주요 관광지가 될 수 있는 유적지 관리에 소홀한 모습을 보이며, 철학적 빈곤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고개를 든다.

1일 지역 학계 등에 따르면 대전 대덕구 용호동에 있는 구석기 유적지는, 대전에서 인류가 10만 년 이전부터 살았음을 증명하는 주요 자료다.

이곳에서 발굴된 유물들은 금강 유역을 중심으로 펼쳐졌던 중기와 후기 구석기시대의 생활모습을 이해하고, 동북아시아 구석기 문화를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문제는 대전시가 역사적 가치가 큰 유적지에 대한 관리에 소홀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31일 찾아간 용호동 구석기 유적은 입구 표지판을 보고도 위치를 쉽게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방치돼 있었다.

또 유적지 현장에는 구석기 유적임을 안내하는 안내판과 사람들의 출입을 막는 울타리만 쳐져있었을 뿐, 이곳을 홍보하거나 보전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가 돼 있지 않았다.

특히 유적지 내부는 잡풀이 무성한 채 방치돼 있어 안내판에 소개된 불뗀자리 등이 어디에 있는 지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었다.

대전시의 이 같은 주요 유적지 방치는 시정 철학의 부재를 보여줌은 물론, 허태정 대전시장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대전 방문의 해’ 사업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용호동 구석기 유적이 있는 대덕구의 경우 동춘당, 회덕향교 등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은 유적지가 여러 곳 분포돼 있다.

이를 하나로 묶는 역사문화 탐방 관광 코스를 개발하고, 대청호 및 장동휴양림과 연결하면 대덕구를 역사문화생태관광의 명소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지역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하지만 대전시는 이 같은 주요 자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보전하고 활용하지 못해 ‘대전방문의 해’에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든게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실정이다.

지역의 한 인사는 “대전시가 대전방문의 해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기존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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