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품 OK, 인테리어도 점주 지정…현명한 경영, 창의적 노력 필요

▲ 컬럼리스트 진철호

[ 컬럼리스트 진철호 ] 불황이 이어지면서 직격탄을 맞은 내수 시장. 40조원에 달하는 국내 패션 스포츠 아웃 도어 시장은 침체를 넘어 생존이 불확실한 전쟁터가 된지 오래다.

소비자야 필요에 따라 소비여부를 선택 할 수 있지만, 패션 스포츠 아웃 도어 시장 상인이나 업계는 표류 중인 난파선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2년 전까지 국내 패션 시장의 20%를 차지할 만큼 귀한 대접을 받았던 스포츠 아웃 도어 시장은 100년 전쯤 첫 항해에 떠났다가 침몰한 타이타닉호의 과정과 비슷한 모양새다.

타이타닉호는 당시 세계적인 뉴스가 될 만큼 화려하게 취항한 초호화 여객선이다.

하지만 안전 장비 부족과 무리한 항로 변경 등 과욕으로 승객 2200명과 함께 떠난 첫 항해에서 약 1500명의 희생자를 냈다.

타이타닉호 침몰 사건은 지난 10년동안의 국내 패션 스포츠 아웃 도어 시장의 성장에서 추락까지의 과정과 많이 닳았다.

어떤 사업이건 시장의 상황에 따라서 호황이나 불황을 겪는다. 타이타닉호가 빙산과 충돌하기까지의 상황은 그들의 지나친 자신감과 자만에서 비롯됐다.

의욕만 앞세워 위기 상황에 대응할 준비는 충분히 마련하지 않고 위험한데도 실적을 위해 빨리 갈 수 있는 항로를 선택했고 결국 침몰했다.

2004년 이전만 해도 전체 패션 시장의 1%도 차지하지 못했던 스포츠 아웃 도어 시장은 이후 10년 만에 20%를 차지할 만큼 급격하게 커졌다.

시장의 급팽창은 기존 영원무역(노스페이스코리아), 블랙야크, 코오롱스포츠, LS네트워크, 케이투코리아 같은 전문 스포츠 아웃 도어 브랜드 이외에 LF패션, 휠라, 이랜드, 세정, 형지어패럴 에프엔에프 같은 대형 패션 브랜드는 물론 중소형 업체까지 마구 뛰어들었다.

급속한 성장만큼 시장의 한계점도 빠르게 다가왔고, 장기 불황까지 겹쳐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한 제품(가성비)이 아니면 생존이 어려운 상황으로 돌변했다.

여기에 가성비를 내세운 유니클로나 오렌지팩토리 같은 종합 패션 SPA 브랜드와 온라인 쇼핑몰이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기존 방식의 대리점과 소형 아울렛 같은 형태의 매장은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변했다.

스마트폰 등의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과거와 달리 소비자는 SNS 등을 통해 가성비가 좋은 브랜드나 제품 정보를 쉽게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대규모 구조 조정이나 일부 브랜드 사업 철수 등을 하고 있는 LS네트워크나 형지 같은 브랜드와 달리 오렌지팩토리, 세정처럼 경쟁력을 확보한 패션 브랜드는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도 빠르다.

단순히 소비자 만족에 머무르지 않고 협력 사업자와의 상생을 위해 유통 방식의 변화까지 꾀하고 나섰다.

오렌지팩토리는 최근 '오렌지마켓' 이란 자매 브랜드를 내놓았다.

기존의 오렌지팩토리는 국내외 80개 가량의 직영 종합 패션 센터를 통해 트레드 클럽 같은 약 20개의 자체 브랜드와 까스텔바작, 밀레, 이젠벅, 나이키, 아디다스 같은 국내외 유명 브랜드 제품을 사입해서 70~90%까지 할인 판매하는 전문 패션 SPA 브랜드다.

사업 초기부터 가성비와 서비스를 내세운 전략으로 소비자 만족도가 높아 패션 시장의 침체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위기의 중국 시장에서조차 올해에만 100억원 대의 실적을 기록하는 등 매년 10% 이상의 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토종 글로벌 브랜드다.

오렌지 팩토리는 안주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협력 업체와 중소 패션 유통 상공인과 상생 경영을 위한 새로운 방식의 패션 홀 세일 프렌차이즈 방식의 마케팅 시스템을 도입했다.

다른 패션 대리점이나 소형 아울렛을 운영하는 점주가 원할 경우 오렌지팩토리 사업과 함께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한 새로운 방식의 '오렌지마켓' 사업이다.

오렌지마켓은 직영으로 운영하는 대형 매장인 오렌지팩토리와 달리 작은 규모라도 매장을 낼 수 있고 기존 프렌차이즈나 대리점과 달리 매장 인테리어도 시안만 오렌지팩토리가 관여할 뿐 사업자가 인테리어 공사 업체를 마음대로 지정할 수 있게 했다.

또 제품 공급 마진을 최소화함에 따라 기존 프렌차이즈나 대리점에 비해 더 많은 수익과 권리를 사업점주에게 보장한다.

기존 패션 업체가 반품을 받지 않았던 것과 달리 일정 비율의 반품을 인정해 주는 파격적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잘 안 팔리는 제품의 반품이 가능해 짐에 따라 사업 점주가 재고로 인한 경제적인 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오렌지마켓과 같은 형태의 패션 유통 방식은 ZARA나 유럽의 유명 브랜드가 취하고 있는 방식과 비슷하지만, 반품을 받아준다는 점에서 오렌지마켓이 국내는 물론 유럽, 일본의 패션 기업 보다 협력 업체와 상생을 강화한 신개념 오프라인 유통 시스템이다.

한 때는 너도나도 뛰어들었던 중국 시장도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진출 국내 기업 대부분이 어려움을 겪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하는 브랜드와 기업은 있다. 브랜드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기업의 생명은 소비자의 마음도 중요하지만 시장의 효율적인 시스템에 달려있다.

현명한 경영과 창의적인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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