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강등 시티즌 1부 리그 복귀…저비용·고효율 구단 운영 빛 발해

▲ 이달 8일 대전 한밭 운동장에서 수원FC와의 경기 직후 한국 프로 축구 챌린지 리그 우승 시상식이 열린 가운데 김세환 대전 시티즌 대표 이사가 우승 상금 팻말을 들고 표효하는 세리머니로 기쁨을 나타내고 있다.

[ 시티저널 허송빈 기자 ] 프로 축구 대전 시티즌 김세환 대표 이사(40·사진)는 한국 프로 축구의 '빌리 빈'을 꿈 꾸고 있다.

김 대표 이사는 한국 프로 스포츠 계에서 전무후무할 것이라고 여겨지는 30대 대표 이사에 올랐다. 아직도 그의 얼굴에서 40대의 모습을 찾기 어려울 정도지만, 대전 시티즌을 향한 애정은 뜨겁기만 했다.

그는 대표 이사를 맡으면서 최소 비용으로 최고의 성적을 이끌어 내는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어슬래틱스 단장 빌리 빈과 최근 한국 시리즈에서 삼성 라이온스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넥센 히어로즈 이장석 구단주를 역할 모델로 삼았다.

그 결과 올해 팀 운영비로 다른 1부 리그 구단의 절반에도 턱 없는 90억원을 손에 쥐고 2부 리그 강등 1년 만에 팀을 1부 리그로 복귀시켰다.

선수와 코치진 등 구단과 시민의 염원이 이뤄낸 값진 성과지만, 김 대표 이사의 저비용·고효율 구단 운영이 빛을 발한 한 해였다.

더불어 무보수와 임기 1년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지난 해 12월 4일 임명된 김 대표 이사의 구단 운영 능력도 검증받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3일 대전 월드컵 경기장 대전 시티즌 사무실에서 김 사장과 구단의 클래식 승격과 운영 배경, 앞으로 계획을 들어 봤다.

이 자리에서 김 사장은 이번 챌린지 리그 우승과 관련, 간절한 마음으로 뛰어 준 선수들과 묵묵히 땀 흘려준 코칭 스태프와 프런트에 공을 돌렸다.

또 대전 시티즌을 시민과 공유하며, 문화와 역사를 가진 구단으로 거듭나게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특히 당장의 1년이 아닌 앞으로 100년을 내다볼 수 있는 구단이 되기 위해 시티즌만의 이야기와 주제, 역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수와 코칭 스태프, 프런트, 팬이 같이 호흡하고 존경받을 수 있는 구단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 프로 축구 대전 시티즌 김세환 대표 이사는 지난 해 한국 프로 스포츠 계에서 전무후무할 30대 대표 이사로 2부 리그로 강등된 팀을 맡아 1년만에 다시 1부 리그로 승격시키는 능력을 보여줬다. 13일 대전 월드컵 경기장 보조 경기장에서 열린 대구대학교와 대전 시티즌 선수 선발 평가전을 지켜 보는 김 대표 이사의 휴대 전화는 그의 구단 운영 노하우를 묻는 전화가 끊이질 않았다.

-챌린지에서 클래식으로 승격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 우선 혹독한 훈련에도 간절한 마음으로 뛰어준 선수들의 공이 무엇보다 크다. 다른 구단에서 좋은 자질을 인정받았지만, 기회를 받지 못한 선수들이 많다. 간절함이 컸고, 그런 점이 묻어 나와 고맙게 생각한다. 또 공동의 목표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땀 흘려준 코치진과 직원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선수들이 오직 경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데 앞장 선 지자체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말 부임했다. 취임 이후 가장 먼저 기울인 노력은.
▶ 시민 구단 시대가 열린 지 10년인 넘어가지만 여전히 시민 구단은 방만하고 책임감 없는 경영과 정치권에 휘둘리는 운영으로 시 재정에 매달려 근근이 존속해 가고 있다는 인식이 컸다. 대전 시티즌을 통해 시민 구단도 희망의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무엇보다 시민 구단 대전 시티즌의 정의와 목표를 정확히 설정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어떤 것도 시민 위에 있을 순 없다. 시민을 위한 구단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구성원이 한 마음이 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앞장섰다.

-올 시즌 구단 운영 가운데 선수 선발 위원회가 돋보였다.
▶ 대전시티즌이 과거에 선수를 영입하는 데 있어 공정하고 투명했는지 돌이켜 봤다. 결론은 아니었다. 구단 창단 후 사장과 감독이 너무 많이 바뀌었다. 선수 변화 폭이 밀물과 썰물 같았다. 대전시민이 바라보는 구단에 이런 일은 말이 안 된다. 선수 선발에 있어 시스템화시키고 싶어서 선수 선발 위원회를 만들었다. 선수 선발에 관련된 관계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서 누구도 인정할 수 있는 선수를 영입했다. 감독 등 6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전원이 동의하지 않으면 선수를 선발할 수 없는 제도다. 대신 내가 빠졌다. 자금 사정 등 현실적인 문제에서만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이다. 최종적으로 선수 선발 위원회를 시작으로 구단 운영의 시스템화와 합리성을 정착시키는 것이 목표다. 주변 입김에 흔들리지 않고 팀의 방향성을 지키고 싶다.

-유소년 축구단, 2군의 운영 방침은.
▶ 유소년 정책은 매우 중요하다. 올해 학부모들을 모아 놓고 간담회를 3회 정도 했다. 의견을 수렴해 '비전하임2030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2030년까지 유소년을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지 설명했다. 유소년이 고등학교까지 밖에 안돼 있다. 가능하면 대학팀을 구단에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 대학과 연계해서 초중고에 있었던 선수들이 대학에서 최소한 1~2년이라도 다진 다음에 프로에 오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프로에서 육성군을 운영하려면 비용이 엄청나게 든다. 우리 같은 시민 구단은 프로에서 육성군이나 2군을 운영하기보단 대학팀을 운영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1부리그 성적을 예측한다면.
▶ 성적으로 따지면, 또 강등돼야 하는 게 맞다고 본다. 다만 구단의 행정이나 시스템, 투명성, 효율성 등 이런 것들이 클래식 구단 중 1등이 될 수 있다면, 성적은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다. 선수 보강 등은 한계가 있다. 자본 때문에 그렇다. 다만 구단이 효율적 운영과 투명한 행정을 하고, 선수 사이 화합과 교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면, 기대해 볼 만 하다.

-2015년 구단 운영 계획은.
▶ 내년에도 이 자리에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년 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우승으로 도취된 기분은 우승 컵을 내려놓은 순간 함께 내려 놓았다.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장기적으로 큰 호흡을 하고 전진해야 한다. 올해처럼 우승을 목표로 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다. 1부 리그에서 꾸준히 머물며 한 번씩 모두를 놀라게 하는 성적을 내는 것이 현실에 더 적합한 목표다. 무리한 목표 설정은 모순된 운영의 악순환을 낳을 수밖에 없다.

-내년에 만약 대표 이사로 시티즌을 끌고 갈 수 없다면 향후 거취는.
▶ 못 다한 공부를 좀 더 하고 싶다. 사회학 박사 학위가 거의 완료된 상태다. 다시 한 번 시간을 여유 있게 갖고 공부를 좀 더 해보고 싶다.

-대전시티즌을 위해 이루고 싶은 꿈은.
▶ 시민과 공유할 수 있는 문화와 역사를 가진 구단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표면적인 성과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올해 성공한 많은 개혁과 변화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 성적은 구단의 문화와 시스템이 자리를 잡으면 자연히 따라올 것이다. 대전시민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대전 시티즌만의 문화와 역사를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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