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려주고 물려받던 시절 사라진 밀레니엄시대 졸업식


지난 1일부터 오는 22일까지 대전 관내 초·중·고등학교의 졸업식이 각각 치러진다.

<대전시티저널 김종연 기자> 지난 1일부터 대전 관내 각 급 학교에서 졸업식이 치러지고 있는 가운데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이색풍경도 눈에 띄고 있다.

11일 제22회 졸업식을 가진 대전 동구 가양동의 명석고등학교는 밀가루나 계란, 케첩 등을 이용한 장난이 타 학교보다 덜한 듯 했으나 교복을 찢어버리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였다.

 

교복을 찢는 이유는 아마도 중학교와 고등학교 재학 6년 동안 지긋지긋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90년대 초반만 해도 이런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밀가루를 뿌리고 계란을 집어던지는 모습은 흔하디흔했지만 교복을 찢을 수는 없었다.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스스로 찢는 모습과 친구들이 서로 찢어주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것은 동생에게 물려줘야 했기 때문이다. 아니면 중․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이웃집에서 미리 예약해놓고 있었기에 고스란히 마지막까지 조심스레 입어야 했다.

 

책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흔했던 헌책방이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그 때는 책을 형이나 선배들에게 물려받거나 헌책방에서 구입해 사용했다. 책 뿐 아니라 멋있어 보이던 선배들의 가방까지도 물려받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교복 뿐 아니라 책을 물려받는 일은 흔치 않다. 더더구나 가방은 절대로 물려받지 않는 세상이 됐다. 검소함을 가르치던 학교교육도 학우들의 명품경쟁에 밀려 결국 새것, 좋은 것을 찾아야했다.

 

밀가루와 계란, 케첩을 뒤집어쓰고도 미운정, 고운정이 들었던 학교를 떠나면서도 입시와의 전쟁에서 해방됐다는 기쁨과 속박이 사라졌다는 자유감에 기쁨이 떠나질 않는다.

 

핸드폰, MP3 열풍부터, 얼굴인식 디지털카메라에 이젠 닌텐도(게임기)가 학생들에게는 대세다. 반 친구 중 하나가 좋은 디카를 구입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반 60% 이상이 새디카를 들고 다니고, 설 명절에는 친척들이 모인 가운데 아이들은 ‘닌텐도’를 가지고 한쪽 구석을 차지하고 노는 모습이 새로이 눈에 띄기도 했다.

 

그렇지만 부모들은 이에 수긍하지 않을 수도 없는 입장이다. 자칫하면 자녀가 ‘왕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고가의 제품을 사주기 마련이다.

 

교복을 물려 입는 시대가 어느새 사라졌다는 것을 실감했을 때, 우리 경제가 ‘파탄’났다는 말들이 모두 허구처럼 느껴지고 있다.

 

작은 디카를 통해 그려진 이날의 풍경은 뒷날 이들의 추억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졸업식에 '감초'로 등장하는 밀가루. 뿌연 안개가 낀 듯 운동장 전체를 뒤집는 풍경은 일년 중 단 한차례의 풍경으로 자리잡았다.

저작권자 © 시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