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학업성취도 평가 '폐지'...일선에서 대체용 대회 열려

[ 시티저널 신유진 기자 ] 정부가 꿈과 기를 살리는 교육과정 운영 기반 마련을 위해 초등학교의 경우 일명 '일제고사'를 폐지한다고 발표했지만 일선에서는 이를 대체할 만한 대회준비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당 대회는 바로 KBS에서 주최하는 '어린이 독서왕 선발대회'로 독서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 줄 수 있으며 예상문제도 수학문제 등이 나오는 등 일제고사나 다름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23일 교육부는 초등학교 수준에서는 학업성취도 평가를 폐지하고 중학교는 국어·수학·영어로 평가 과목을 축소하는 내용의 '2013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는 지난 2008년부터 '기초학력미달 제로플랜'의 일환으로 초 6, 중 3, 고1 을 대상으로 기존 표집방식에서 전수 평가로 전환해 시행해 왔다.

그 결과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2008년 7.2%이었던 것이 2012년 2.3%까지 낮아졌지만 학생들의 평가 부담 증가, 학교·교육청 간 과열 경쟁 등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교육부는 초등학교는 학업성취도 평가를 폐지, 중학교는 5과목에서 3과목으로 축소키로 결정했다.

▲ KBS 독서왕 대회 예시문항이 수학 문제가 나와 있는 모습./제공=전교조 대전지부

그러나 일선학교에서는 여전히 일제고사 문제집을 제작, 학생들에 나눠주고 문제집 풀이를 강조, 오는 7월에 대전시교육청 주관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비하고 있다고 교사들은 토로했다.

특히 일제고사를 보지 않게 되자 오는 8월에 결선이 펼쳐지는 KBS 주최 '2013년 어린이 독서왕 선발대회'에 대비하라는 공문이 내려왔다고 호소했다.

독서왕 대회는 KBS가 학년 그룹에 따라 선정한 각 20권의 책을 읽고 학교별 예선과 본선을 거쳐 결선에 참가할 팀을 뽑아 대회에 출전한다.

문제는 대회 문제가 지정 도서에서 나와 학생들이 즐거운 독서가 아닌 외우기 독서를 해야 한다는 것이고, 대회참가 학교는 선정된 도서를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구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대회를 위해서는 초 3~6학년의 경우 약 2개월 동안 20권의 책을 읽고, 1000여개의 예상문제를 풀고 암기해야 하는데 예상문제를 분석해 보면 해당 도서와는 관계가 없는 수학문제 등이 있는 등 일제고사와 유사한 문제들이 출제되고 있다고 교사들은 지적했다.

게다가 외부 기관이 주최하는 대회는 학생생활기록부에 기록할 수 없도록 돼 있는데도 이 대회 수상자는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 가능해 학교간 개인별 경쟁을 과열시킨다는 것이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교육청이 언론사에서 시행하는 행사를 일선학교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고 가정통신문 예시문까지 만들어 보내는 것은 언론사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다"며 "어린이 독서 교육을 빌미로 KBS 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앞장서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질타했다.

이어 "시교육청과 지역교육청은 2013학년도 어린이 독서왕 선발대회 계획을 취소하기 바란다"며 "독서활성화가 아니라 독서죽이기 대회가 될 것이며 교육적이지 못하다. KBS도 아이들의 동심을 프로그램의 시청율 올리기 위한 방법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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