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소재 거론 없어…당시 상황 앞뒤 안 맞아

윤종일 유성구의회 의장이 지난 9월 유성구 제2차추경안을 변조해 통과시킨 것과 관련 공식적으로 보도자료를 통해 사과 입장을 밝혔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더욱 확산되고 있다.

윤종일 의장은 26일 오후 각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유성구의회는 28만 구민께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반면 "유성구의회 임시회 과정에서 미숙한 의사일정 운영으로 발생한 논란"이라는 전제를 깔며 책임을 모면하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윤종일 의장 "예산안 예결위원9명 전원이 동의 했다", 일부 의원 "동의 한적 없다"

윤 의장은  법적문제까지 확산되고 있는 유성구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  변조 논란에 대해  "당시 의원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았던 동료 의원에게 유선을 통해 구두 동의를 얻어 추경예산안을 변경했다" 즉 예결위원 9명 전체가 예산안에 대해 동의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시에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았던 의원들은 "전화나 하고서 그런 말을 하라고 해라. 동의한 적 없다"며 "예산안이 어떻게 변경됐는지 모르는 내가 불법적인 일에 동의를 했다는 말이냐"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여기에 당시 의원간담회에 참석한 의원이 예산안 변조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당시 의원간담회에 참석했던 A의원은 "원칙에 맞지 않고 절차상 맞지 않다"고 말하고 "그 자리에서 나왔다. (예산안 변조)과정은 알지 못한다"며 윤 의장에 동의했다는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또 유성구의회 사무국 관계자 역시 "A의원이 의원간담회장에서 화를 내며 문을 열어 제치고 나왔다"고 A의원의 주장을 뒷받침 하고 있어, 윤 의장이 주장하고 있는 예결위 전체의원이 동의했다는 주장은 신뢰성을 잃고 있다.

일부 의원들이 동의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당시에 의원간담회에 참석한 의원조차 이의 제기를 한 사실이 드러나고 있지만, 윤 의장은 "예결위 소속 의원 전원의 승인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된 심사보고서로 본회의를 진행했다"고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문제는 유성구의회가 예결위에서 적법한 절차에 의해 결정된 예산안을 적법하지 않게 변경(변조)한 전모가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이번 사태의 본질인 일부 의원들에 의해 자행된 예산안 변조 사실을 '미숙한 의사일정 운영' '전체 의원이 동의했다'며 사태를 축소하기에 급급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종일 의장 '작은 도서관 꼭 필요한 예산', 상임위·예결위 '적절하지 않은 예산' 삭감

윤 의장은 "문제가 된 예산안은 치적사업을 위한 예산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작은도서관 관련 사업과 어린이들의 꿈을 키우기 위한 책자 구입 예산과 대형 폐기물 민간 위탁을 위한 조사 용역에 관련된 예산이었다"고 마치 일부 꼭 필요한 예산을 세운 것 뿐이라는 듯 이번 사태(예산안 변조)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윤 의장이 어린이도서관 예산이 꼭 필요한 예산이라고 강조하며, 삭감됐던 예산안을 변조한 것이 타당한 것처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취재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은 해당 예산안 심의를 했던 행정자치위원회에서 작은도서관 예산은 적절치 않다고 이미 삭감해 예결위에 상정했고, 예결위는 이를 상임위의  의견대로 삭감처리했다.

하지만 해당 상임위와 예결특위에서도 삭감된 예산이 다시 살아난 이유와 예결위에서 의결된 예산안을 적법하지 않게 누가 변조까지 해가며 살려 냈을까하는 의문점이 이번 사태의 본질인 '예산안 변조 파문'에 방점이 찍히고 있다.

작은도서관 사업은 민선5기 허태정 유성구청장의 공약사업 중 하나로 누가 누구에 의해 무리를 해가며 공문서 변조를 요구하고 주도했는지가 헌정 사상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유성구의회 예산안 변조사태의 전모를 밝힐 수 있는 중요 포인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행정자치위원회와 예결특위에서 삭감했던 작은도서관 예산 누가 살렸나?


지난 9월 당시 작은도서관 예산안을 심사했던 행정자치위원회 회의록과 같은 달 15일 예결특위 회의록을 살펴보면 작은도서관 예산안은 대부분의 의원들이 삭감을 전제로 한 발언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유성구 관광공보실장은 예결특위 의원의 "이번에 삭감하고 구체적인 안을 가져와라 돈을 주면(예산을 세워주면) 무조건 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타가 이어지자 "쓰는 것은 사업 계획이 나와야 쓰는 것이다"라고 답변, 작은도서관 예산은 사업 계획조차 없었던 예산으로 예결위의 삭감 결정은 타당했던 것으로 미뤄 볼 수 있다.

결국 윤 의장의  주장대로 라면 유성구의회는 사업 계획도 세워지지 않은 예산을 세워 준 것이고, 누군가 필요한 예산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누군가(?)가 주장하면 의결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기막힌 타이밍, 이번 사태 책임 누가 질 것인가?

윤 의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하나하나 해명하면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고개를 숙인 반면, 책임에 대한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사과성명서 역시 대전 지역 일간지 대부분이 발행하지 않는 금요일을 노려 유성구의회 입장을 대변하듯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이에 대해 유성구의회 사무국 조차 의원들 개개인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가운데 배포된 유성구의회 보도자료가 '유성구의회 공식 입장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어떻게 유성구의회 전체 입장을 밝히는 보도자료를 내보내면서 의원간담회조차 열지 않고 마음대로 발표 할 수 있느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편 윤 의장은 유성구의회는 이번과 같은 절차적 하자를 방지하기 위해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를 비롯한 시민 사회단체와 연대해 의정활동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책임을 모면하기 급급한 원론적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해갈 수는 없을 전망이다.

유성구의회 해명 보도자료 관련 입장, 인식 차이만 확인

대전 참여자치시민연대는 "유성구의회가 잘 못을 인정한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잘 못된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시민에게 사과하는 모습이 아쉽다"면서도 이 사태가 자신이 소유한 상가를 SSM에 임대해 준 대전시의회 자유선진당 이희재 의원과 비교 되는 것에 대해서는 "굳이 사안의 경중을 따져야 하는 것인가"라고 이 의원 때와는 달리 윤 의장에게는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 대전시당 역시 "조금 더 지켜보겠다. 시당이 기초 의회에 이래라 저래라 할 형편이 되지 않는다"고 입장 표명을 유보하며, 자당 소속인 윤 의장 감싸기에 나섰다.

반면 한나라당 대전시당은 "26일 이 사안에 대해 간담회를 열고 참석자들과 인식을 같이 했다. 다양한 방법으로 이 부분에 대응할 생각이다"라며 "시당 차원에서 특위 구성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이 사안을 심각하게 봐야 하는 데, 염려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모종의 대책을 준비 중임을 암시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