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연 기자
서남부개발과 관련해 주민강제이주를 위한 행정대집행이 있던 1일 날 아침. 늦게 일어난 탓에 회사의 지시를 받고 부랴부랴 유성구 상대1통을 달려갔다. 빨리 오라는 독촉 전화를 받으면서, 휴대폰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격한 소리들이 현장의 상황이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현장입구에 도착했을 때 검은색 모자에 검은 티셔츠와 바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우직한 청년들이 현장을 막고 있었다. 주차를 한 후 현장에 들어가려 했을 때 비교적 겸손한 말투로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그 의도가 수상하게 느껴졌다. 신문사에서 오지 않았다면 발도 못들이게 할 것만 같았다.

현장에 들어갔을 때는 이미 시끄러운 사태는 진정된 듯 했다. 이미 옷이 젖은 사람과 온 몸에 흙이 묻어있던 사람들도 있었다. 도착하기 불과 10여분 전에 용역업체 직원들이 주민들을 멱살을 잡고 끌어내며 심한 몸싸움을 벌였었다 전했다. 또 용역업체 직원들이 모 지방일간지 기자와 마을 주민들을 집단폭행해 병원으로 후송됐다는 소리도 들려왔다.

더 기막힌 것은 이 문제를 보고도 경찰과 대전도시개발공사는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것이었다. 또 서남부개발단장은 “모르는 사항”이라며 발을 뺐다.

도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큰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한 주민이 지붕위에 올라 앉아 미리 소주병에 담아 준비해 두었던 시너를 몸에 뿌린 것이다. 신기하게도 그 시너 냄새가 밑에 있는 취재진들에게도 퍼져왔다. 금방이라도 라이터를 켤 것만 같았다.

그 때 마을 주민들이 울먹이며 그를 말리기 시작했다. “야! 이눔아 그럼 못 쓴다. 일단은 살고 봐야지.”
1시간 가량 그 사람은 자신의 부당성을 하소연했고 결국 지붕에서 경찰의 손에 이끌려 내려왔다. 참으로 눈물이 앞을 가리는 상황이었다.

“논하고 밭하고 집까지 모두 보상받아야 3천만 원인데 이거 받아서 어디 가서 뭘 먹고 살겠냐고”며 주민들은 다 쓰러져가는 슬레이트 지붕이라도 이곳에서 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른 새벽 논에 나갔다 돌아왔다가 집에서 내쫓겼는지 한 아주머니는 모자에 수건을 두르고 흙이 잔뜩 묻은 장화를 신은 채로 검은색 옷의 청년들에게 이끌려 고개를 넘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또 다른 주민이 지붕에 올라가 강제이주대책을 거부하며 저항했다.

경기도 평택의 대추리만은 못했지만 그 서러움은 들녘 곳곳에 꽂혀있던 깃발이 말해주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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