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5일 시장 일정 챙길 것 질책…비서실 책임 떠넘기기 명퇴 결정타 지적

▲ 이달 8일 허태정(왼쪽) 대전시장이 카이스트 이광형 총장을 두 번째 만났다. 허 시장은 지난 달 8일 열린 이 총장 취임식에 참석하지 못했고, 이를 주간 업무 회의에서 질책하면서 한 공무원이 명예 퇴직 신청을 하기에 이른다.

[ 시티저널 허송빈 기자 ] 허태정 대전시장이 한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것을 질책하자 승진 예정자로 평가 받는 공무원이 명예 퇴직을 신청해 공직 사회에 파문을 던진다.

시에 따르면 지난 달 15일 허 시장은 주간 업무 회의에서 일주일 전인 8일 카이스트 신임 총장 취임식에 참석하지 못한 것을 두고, 시장 일정을 잘 챙기라고 질책했다.

담당 업무를 맡고 있던 A 사무관은 주간 업무 회의 직후 자신의 책상을 정리하고 연가를 낸 뒤 이튿 날인 지난 달 16일 명퇴 신청을 하고 세상과 모든 연락을 끊었다.

A 사무관이 명퇴를 신청하기까지 진행 상황은 이렇다.

카이스트에 따르면 이광형 신임 총장이 취임식 전 허 시장에게 전화를 해 직접 취임식에 초청했고, 허 시장이 이를 수락한 것으로 알고 미처 초청장을 발송하지 않는 행정 착오를 일으켰다.

시에 따르면 충남대학교에서 시로 파견 온 공무원이 허 시장의 카이스트 신임 총장 취임식 참석을 구두로 보고를 했고, 비서실에서는 서면으로 업무 보고를 지시했다.

하지만 끝내 해당 부서의 업무 보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명퇴를 신청한 A 사무관이 해당 팀의 팀장이다.

이에 따라 허 시장은 카이스트 신임 총장 취임식에 참석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다.

장관급 이상으로 평가 받는 카이스트 총장 취임식에 시장 참석 여부를 구두 보고만 됐다고, 비서실에서 누락한 것으로 비서실이 업무 보고만 챙긴다는 현업 부서의 지적을 받는 이유다.

한 자치구 비서실장은 "카이스트 신임 총장 취임식이라면, 업무 보고가 올라 오지 않아도 비서실에서 챙겨야 하는 행사다. 구두 보고를 받았다는 것을 봤을 때 (비서실)누군가가 맥을 놓고 있었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고, 모두에게 해피 엔딩은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A 사무관은 명퇴 신청 전 비서실의 B 씨에게 '당신 때문에 내가 그만 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 진다. 비서설의 책임을 자신에게 전가한다고 느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B 씨는 "A 사무관의 명퇴 신청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어렵다. 그것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A 사무관을 만나서 명퇴를 만류했다"라고 말했다.

B 씨가 언급한 '그것'은 지난 달 15일 주간 업무 회의에서 나온 허 시장의 질책성 발언을 뜻한다.

A 사무관이 명퇴 신청 전까지 주무과, 주무 팀장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서실의 해명은 이해가 쉽지 않다.

공직 사회에서 주무과, 주무 팀장은 곧 승진 예정자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시청 일부 공무원 사이에서는 비서실의 책임 떠넘기기가 A 사무관의 명퇴 신청에 결정타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시 공무원 C 씨는 "비서실에서 A 사무관의 성격 때문에 허 시장이 카이스트 신임 총장 취임식에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보는 것 같다. 성격과 업무가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비시설에서 이 문제를 물타기 하는 것으로 본다. 책임의 절반 이상은 비서실에도 있다"고 꼬집었다.

결국 시는 명퇴 신청 후 연락이 닿지 않는 A 사무관의 명퇴 신청을 16일 수리하고야 만다. 한 공무원의 30년 공직 생활이 시장 일정 하나 제대로 못 챙겼다는 질책에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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