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부터 수종 변경 등 판단…2006년 시위 때 불타버린 향나무 보다 많아

▲ 충남도청이 내포 신도시로 이전하기 전 대전 중구 선화동 옛 충남도청의 모습, 사진 왼쪽 아래에 있는 향나무를 대전시가 시민 소통 협력 공간으로 조성한다며, 무단으로 훼손했다.

[ 시티저널 허송빈 기자 ] 대전시가 최근 물의를 빚고 있는 옛 충남도청사 향나무와 시설의 무단 훼손은 독단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확인했다.

특히 최고 90년 가량된 옛 충남도청사 식재 향나무의 경우 존치 보다는 수종 변경 또는 잔디 식재 등으로 판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시는 옛 충남도청을 소유하고 있거나 소유 예정인 문화체육관광부·충남도와 협의 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18일 시 시민공동체국은 언론 브리핑을 열고 소통 협력 공간 조성 사업을 진행하면서 애초 개방형 공간으로 추진해 나중에 공사할 거 울타리까지 공사하면서 나무가 지장이 있었고, 제거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옛 충남도청 식재 향나무 훼손 배경을 해명했다.

또 시는 '전해 듣기'로 인도 부분에 배부름 현상이나 울타리 함몰 등이 있었다는 것이다. 시가 공식적인 견해나 검토 없이 전해 들은 이야기로 향나무 훼손을 결정했다는 의미다.

옛 충남도청사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충남도는 즉각 원상 회복을 요구했다.

이달 15일 충남도는 공사 중지와 원상 복구를 요구하는 공문을 시에 보내 왔고, 시는 이를 접수한 상태다. 이에 따라 18일 관련 부서 과장과 팀장이 충남도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또 충남도는 시가 요구대로 하지 않을 경우 옛 충남도청사에 입주해 있는 기관의 대부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시가 무단으로 훼손한 옛 충남도청사 식재돼 있는 향나무는 문화재급 평가를 받고 있어 더 큰 비판을 받는다.

옛 충남도청사에 식재돼 있던 향나무는 1932년 충남도청이 공주에서 대전으로 이전하면서 식재하기 시작한 것이다.

2006년 한-미 FTA 반대 시위 때 옛 충남도청 향나무 142그루가 불에 타는 수난을 겪었고, 당시 불에탄 가이즈카 수종을 전북 정읍산 수종으로 다시 식재하는 우여곡절이 있기도 하다.

이는 당시 충남도가 시위 참석자 11명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후 시위 참석자들이 비슷한 수종으로 식재하는 것으로 협의에 따른 것이다.

당시 이완구 충남지사는 시위대가 도의 역사가 담긴 향나무를 불태운 것에 크게 화를 내고 원상 복구 등 절차를 따르겠다고 하기도 했다.

현재 옛 충남도청사에는 시가 무단으로 훼손한 향나무를 포함해 수종 80년이 넘는 향나무 366그루가 있다.

시에 따르면 옛 충남도청사 부속 건물 등에 소통 협력 공간 조성 사업을 진행하면서 금고동 양묘장에 44그루를 이전하고, 128그루를 폐기하는 등 모두 172그루의 향나무를 무단으로 훼손했다.

2006년 시위 때 불타버린 향나무 보다 많은 수의 향나무를 시가 훼손해 버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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