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 이식 상태로 배터리 교체 없이 장기간에 걸쳐 빛으로 뇌 신경회로 제어 가능
뇌 뿐만 아니라 인공 심박기, 위 자극기 등에도 적용될 것으로 기대

[ 시티저널 안희대 기자 ]국내 연구진이 무선 충전 가능한 뇌 이식 장치를 개발했다. 이 장치는 이식 후 생체 내에서 장기간에 걸쳐 배터리 교체 없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빛으로 뇌의 신경회로를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다.

KAIST(총장 신성철)는 전기및전자공학부 정재웅 교수 연구팀이 연세대 의대 김정훈 교수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뇌 완전 이식형 무선 광유전학 기기를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개발 기술은 장기간에 걸친 동물 실험이 필요한 뇌 기능 연구뿐 아니라 향후 인체에 적용돼 중독과 같은 정신질환 및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뇌 질환 치료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김충연 박사과정, 연세대 의대 구민정 박사과정 연구원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1월 22일 字에 게재됐다. (논문명 : Soft subdermal implant capable of wireless battery charging and programmable controls for applications in optogenetics)

광유전학은 빛을 이용해 목표로 하는 특정 신경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뇌 기능을 밝히고 각종 뇌 질환을 치료할 해결책으로 뇌과학 및 신경과학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광유전학은 외부기기와 연결된 광섬유를 통해 신경세포에 빛을 전달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유선 방식은 동물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크게 제한한다는 점에서 복잡한 동물 실험을 구현하는데 제약이 있다. 반면 최근에 개발된 무선 임플란트 기기들은 동물의 행동을 제약하지는 않지만, 주기적인 배터리의 교체가 필요하거나 외부 장비로부터 무선으로 전력을 공급받아야 하므로 독립적이지 못하고 동작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배터리의 무선 충전과 디바이스의 무선 제어를 가능하게 만드는 무선 회로를 개발해 마이크로 LED 기반의 탐침과 결합했다. 이를 통해 동물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상태에서도 배터리의 무선 충전이 가능하고, 스마트폰 앱을 통해 광자극을 무선으로 제어할 수 있는 무게 1.4그램(g)의 뇌 완전이식형 기기를 구현했다. 나아가 생체 이식 후 기기에 의해 주변의 조직이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기기를 매우 부드러운 생체적합성 소재로 감싸 생체조직과 같이 부드러운 형태가 되도록 개발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KAIST 정재웅 교수는 "개발된 장치는 체내 이식 상태에서 무선 충전이 가능하므로 배터리 교체를 위한 추가적인 수술 필요 없이 장기간 사용이 가능하다ˮ며 "이 기술은 뇌 이식용 기기뿐 아니라 인공 심박동기, 위 자극기 등 다양한 생체 이식용 기기에 범용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ˮ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기기를 LED 탐침이 쥐의 뇌에 삽입된 상태에서 두피 안으로 완전히 이식하고 쥐가 자유롭게 움직이는 상태에서 배터리가 자동으로 무선 충전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연구팀은 중독성 약물인 코카인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쥐의 특정 뇌 부위에 무선으로 빛을 전달해 코카인으로 인한 행동 민감화 발현을 억제함으로써 광유전학이 코카인에 의한 중독 행동 제어에 적용될 수 있음을 보였다.

아울러 공동연구자 연세대 의대 김정훈 교수는 "자유롭게 움직이는 동물을 바라보며, 단지 스마트폰 앱을 구동해 뇌에 빛을 전달하고, 그로 인해 동물의 특정 행동을 제어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롭고, 많은 상상력을 자극한다ˮ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궁극적으로 인체에 적용할 수 있도록 기기를 더욱 소형화하고 MRI 친화적인 디자인으로 발전시키는 확장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기초연구실 지원사업과 신진연구자지원사업, KAIST 글로벌 특이점 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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